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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

기사승인 2019.02.25  10: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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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장애인

   
 

저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활동지원사 양성과정 강의도 합니다. 또 여기 <함께걸음>에 칼럼도 쓰고,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몸속부터 우러나오는 성실함과 규칙적인 생활이 자타공인 최고의 장점이라고 자부하지만, 생활패턴이 다 망가져 버릴 정도로 한 해를 정말 바쁘게 보냈습니다.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

작년에 했던 활동 중에서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예방 모니터링단 활동입니다. 제가 스스로 찾아내 지원하고 선정된 ‘첫 번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청각장애로 인해 정보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어쩌다 관심을 가질 만한 활동을 찾아도 이미 신청 기간이 한참 지나가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각 장애 유형별로 있는 복지관이나 협회, 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하나의 유형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이나 서비스도 없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은 어떠한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고, 설령 알고서 참여하더라도 시청각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편의 제공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또는 수화통역 서비스를 제공해도 그 지원이 반드시 시청각 장애인에게도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문자통역의 경우 저시력인 시청각장애인이 보기 위해 선호하는 글씨체와 크기가 다 다릅니다. 저의 경우에는 가까이 가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큰 모니터보다는 노트북을 앞에 두고 제가 원하는 글씨 크기와 글자체로 통역을 받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수화통역의 경우, 전맹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하는 ‘촉수화’로 통역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수화통역과 다릅니다.

정말 우연히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발견했던 장애차별예방 모니터링단은 하필이면 제가 거주하는 경북 경산이 아닌 서울에서만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즉 활동할 때마다 서울로 가야 했고, 따로 교통비 등이 지급되는 혜택이 없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접수 기간 안에’ 찾아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고, 모니터링단 활동이 앞으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전까지는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준비하면서 장애인 편의 시설에 대해서는 인터넷으로 조사하거나, SNS를 통해 장애인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접 장애인 편의 시설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지요. 기간 안에 접수했고, 다른 사람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모니터링단으로 선정됐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더구나 당시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게 된 단원 중 가장 멀리서 온 사람이 바로 저였다고 합니다. 내심 뿌듯했지요.

첫 모니터링은 고속도로 휴게소였습니다. 107손말이음센터를 통해 방문하고자 하는 휴게소에 전화한 뒤, 시각장애인용 인적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총 네 곳의 휴게소를 방문했는데, 휴게소 직원이 인적 서비스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니까 팔부터 덥석 잡기도 하고 보폭도 엄청 빠르고 크게 하는 등 허술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휴게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의 전문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장애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주고 배려해 주면 전부인 줄 아는 분위기를 강하게 받았지요. 장애인 편의 시설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점자가 있는 음료수 자판기는 하나도 없었고, 점자가 없는 ATM기도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ATM기에 음성으로 알려주는 부분이 막혀있는 곳도 있고, 유도 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 곳 있습니다. 백화점에 온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내부가 화려하게 디자인된 곳인데요. 여기서 장애인 화장실을 모니터링 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화장실 입구 왼쪽에 점자로 ‘화장실’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데요, 출입문을 여는 버튼은 화장실 입구의 오른쪽에 있었던 겁니다. 볼 수 있는 사람들이야 버튼이 있는 곳을 찾아서 누르면 되지만, 시각장애인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화장실이라고 알려주는 점자 표시 근처에 출입문을 여는 버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인이 이용하기 위한 편의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만 디자인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나도 기자다

보통 기자에게는 현장을 꼼꼼하고 예리하게 볼 수 있는 ‘눈’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눈과 귀 모두에 장애가 있죠. 제게 기자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습니다. 글만 잘 쓴다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다 기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어려울 수는 있어도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안 되는 것은 되게 만들면 돼요.” 저의 첼로 선생님이 자주 하는 말인 동시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입니다.

작년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비롯해 3개 기관의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아무리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도, 취재를 가서 느끼는 ‘현장감’만큼은 결코 인터넷 정보로는 백 퍼센트 공감할 수 없습니다. 저는 기자 활동이 정말 즐겁습니다. 행사에 참여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기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간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에는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글쓰기’로 취재한 내용을 작성합니다. 사람들이 읽을 기사를 쓰면서 참 보람을 느낍니다. 피곤과 고단함보다는 즐거움과 열정이 훨씬 큰 것 같아요.

작년 겨울에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앙상블팀인 사회적 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의 정기연주회 취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취재를 준비하면서 엄청 많은 걱정과 고민을 했습니다. 정기공연인 만큼 단원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야 취재가 되고,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저도 취미로 첼로를 배우고 있지만, 제가 켜는 첼로의 소리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데 정기공연을 간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무대 위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단원들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진한 울림을 받았습니다. 단원들은 무대 위에 서서 ‘그냥’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준비로 공연을 준비했는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단원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즐기면서 하는 자 이겨낼 자 없다”라는 ‘드림위드앙상블’ 대표님의 말씀처럼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장애’는 결코 걸림돌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면서 공연을 관람할 당시에 느꼈던 감동과 희열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장애인이 음악을 하고, 발달장애인이 앙상블을 하고, 시청각장애인이 기자를 한다는, 누구에게는 특별하고 대단하면서 불가능하게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땀을 흘렸겠지요.

아마도 작년 모든 활동을 마치고 받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우수기자상은, 그러한 저의 열정과 능력을 증명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내어 줄 수 있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관찬/시청각장애인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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