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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아니라 활동지원이다

기사승인 2019.03.04  11: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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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 정책 어젠다로 ‘돌봄경제(Care Economy)’ 정책을 내놓았다. 돌봄 산업이 산업 혁신과 일자리 확대를 이끌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속내다. 이에 맞춰 보건복지부도 2026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6월부터 2년간 전국 8개 지자체에서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선도 사업’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케어’란 장애인의 경우, 당사자 욕구에 적합한 돌봄서비스와 복지급여를 지역사회에서 누리면서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라는 게 복지부 발표다. 복지부 계획에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방점은 돌봄서비스 제공에 찍혀 있다.

정부 계획을 들여다보면 ‘왜 하필 돌봄인가?’라는 의문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새삼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부와 장애계 간의 시각의 간극에 안타까움이 차오른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을 자립생활이 아닌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돌봄과 활동지원은 어감상 큰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돌봄대상 장애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돌봐줘야만 할 무능력자로 인식되기 다분하다. 그에 반해 활동지원은 장애인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돌봄과 활동지원은 이렇게 어감이 다르다.

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될 때 장애인들이 돌봄서비스라는 말을 완강하게 거부한 이유도 이런 인식의 차이 때문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를 요약하면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려면 소득과 일자리, 건강권 보장 등 여러 가지 여건이 마련돼야지, 돌봄서비스만 제공한다고 해서 지역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이러한 여건 마련 없이 추진하는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사업은 장애인, 노인 등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해결하라 떠넘기며 커뮤니티케어라는 제목에 광을 내며 그럴 듯한 포장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지역공동체가 오롯이 돌본다는 가설은 옛날 봉건시대에나 가능했다는 것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회가 파편화되고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시대에 지역공동체만의 힘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본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정부 생각은 시대착오적 노스텔지어일 뿐이다.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사업 추진에서 또 하나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선택권이다.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며 장애인들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에게 과연 특정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보장될 것인지 우려한다. 자칫 잘못하면 장애인들을 수혜자로 여겨 선택권을 배제하고 기관이나 지자체의 실적 위주의 알맹이 없는 서비스가 마구잡이로 제공될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의 서비스 선택권을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도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장애인들은 결코 돌봄대상자로 낙인찍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 아니라면 돌봄을 이야기하지 말라. 향후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사업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돌봄에 방점을 찍지만 말고 장애인이 어떻게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들의 소득과 일자리 그리고 거주 공간 마련을 위한 과감한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가장 먼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해 주고 그 다음 돌봄을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알아야 한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돌봄이 아니라 활동지원서비스라는 사실을.

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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