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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범죄자가 아닌 정신장애인, 사람이다”

기사승인 2019.03.04  11: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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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 간담회

정신장애 특집, 첫 번째 기사

알맹이 빠진 정신장애 법률, 당사자 목소리 담아야(1995년 <정신보건법>부터 2019년 <임세원법(안)>까지)

 

작년 12월 31일 한 조현병 환자에게 피살된 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조현병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사건 이후 고인의 유가족들은 언론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없는 치료환경과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는 여론이 확대되면서 국회에서는 의료진 보호 강화를 위한 일명 <임세원법>이 발의됐다. 사건 이후 한 달여가 흐른 지난달 2일, 경과를 지켜본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문학 자조 모임 ‘천둥과 번개’를 찾았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로서 사건을 어떻게 바라봤나

김미현 ‘이 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 비장애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정신장애인을 이슈화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김혜린 죄와 병의 문제는 별개다. 병에 걸렸다고 해서 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정신장애인이 훨씬 많다.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정신장애인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확실한 구별이 필요하다.

이준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은 많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비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낮다는 공식 통계가 나와 있음에도 정신장애인들은 끊임없이 비판받는다. 사회복지제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신질환을 타 질병과 비슷하게 보기보다는 개인 의지 혹은 도덕성의 문제로 치부한다. 필요하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지만 편견과 차별, 그리고 병원 내 비인격적인 처사를 알고도 제 발로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김범진(가명) 정신장애인의 범죄 문제만을 유독 부각 시키니 일부 권력자들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정신장애계에서 사실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의료진이다.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존재로 부각시켜 강제로 입원을 시키고, 평생 약물을 복용하게 하는 등 자신들의 권력과 돈벌이 수단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히 언론을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의료적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는 건가

안창수 해당 사건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공통된 우리 모임의 입장이다. 모임 참여자 모두는 강제입원의 경험이 있어 병원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 몇몇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이곳에서 나가면 너를 죽이겠다”고 할 만큼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정도의 비참하고 끔찍한 일들을 겪는다. 이런 말을 한다고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치료 과정에서 정신장애인들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박현아 20살 어린 나이에 입원했을 때 정말 무섭고 힘들었다. 폐쇄병동에 들어갔다가 죽어서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히려 입원 전보다 상태가 더 악화돼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진정으로 사명감을 가진 의료진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지금의 의료진들은 우리를 그저 돈으로만 보는 것 같다.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가 치료를 받고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다면, 이렇게까지 부작용이 심한 약물로 우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박연홍 약물 문제가 심각하다. 정신장애인은 기본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데 손 떨림, 수면장애, 식이장애, 무력감 등의 부작용을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셋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강제입원당한 적이 있다. 임신을 했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겠다고 했을 때 의사들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냥 미친 사람의 말로 치부하고 계속해서 약을 먹였다. 오히려 아기를 낳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강제입원 한 달 후 퇴원을 하니까 아이들은 방치가 돼 있었고, 한 아이는 엄마가 갑자기 없어졌으니 충격을 받아서 대소변을 못 가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아이는 나를 못 알아보고 도망갔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떤가

이준 진단을 받고 난 이후 주위사람들에게 말하니 무시를 많이 당했다. 우리도 사람인데 우리의 이야기도 전혀 듣지 않는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내가 하는 말에 대해서도 무시를 많이 당하다 보니 나도 참 답답했다.

김범진(가명) 사람이라는 게 부처님처럼 맨날 웃으면서 지낼 수 없지 않는가. 사람이니까 당연히 화도 내고 우울할 때도 있는데 조금의 감정변화를 보여도 “병 때문이다”라면서 모든 것을 병 탓으로 돌린다. 마치 해당 사건의 범죄를 병 탓으로 돌렸듯이.

안창수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사회생활을 할 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취업 상담하니 적어도 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연락 온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당장 밥은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정신장애인은 수급비를 받지 않고서는 살아가기가 힘들다.

이준 우리가 죄인도 아닌데 비판과 핍박을 받고 인권침해적인 대우를 계속해서 당하다 보니, 이것이 다시 사회적 문제로 발생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사건 이후 정신장애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정신장애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박현아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달고 발의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 정신장애인들의 삶은 지금보다도 힘들어진다. 법안은 최근 비극적인 사고로 돌아가신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담고 있지만, 고인의 뜻과 달리 정신장애인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낙인을 강화하고,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에 대해 정신장애인 단체가 공대위를 결성해 반대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연홍 법안에서 강조하는 의료 중심의 치료가 능사는 아니다. 치료방향이 변해야 한다. 한 예로 우리들은 문학모임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 밖에서는 외면당하지만 이 모임에 오면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받는다. 그동안 병에 가려져서 발현되지 못한 우리의 재능을 여기서 표출하기도 한다. 책을 발간한 분도 있고, 상을 받은 분도 있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모임이다.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더 많은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격리와 핍박으로는 정신장애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안창수 우리는 모임을 통해 치료가 아니라 치유를 하고 있다. 우리 모임에는 의사가 없다.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개선해가고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문학모임에 참여를 한 이후 오랜 기간 입원을 하지 않았다. 우리 문학모임은 치유의 공간이다. 국가 인종 상관없이 인류 1%가 조현병을 갖는다는 통계가 있다. 인원수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비율인데, 이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조민주(가명)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그들을 핍박하고 격리한 게 아니라 복지적인 혜택을 늘렸다. 이것이 왜 정신장애인 문제에는 적용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 동료지원, 절차보조인 제도가 강화돼야 하고 그에 맞게 예산도 편성돼야 한다.

박현아 말로만 ‘포용국가’라면서 함께하는 사회를 외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동안은 잘 모르기 때문에 썼던 정신 장애인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수 있길 바란다.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했으면 좋겠다.

글. 정혜란 기자 sousms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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