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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정보가 우리 모두의 소통을 열어줍니다

기사승인 2019.03.11  10: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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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만들기 소소한 소통

   
 

‘쉽다’는 정의는 무엇일까? 단순히 ‘어렵다’의 반대어라고 해선 안 될, 무조건 어린 연령대의 이해력만 떠올려서도 안 될, 어쩌면 ‘쉽다’라는 해답을 얻기 위해선 가장 어렵고 풀기 힘든 고난도의 탐구를 끊임없이 지속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색다른 방법으로 그 해답을 찾아 나선 이들이 있다. 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음을 확신한다는 그들의 ‘쉬운 정보 만들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발달장애인들의 눈높이를 명쾌하게 묘사한 여러 그림들이 본문 지면에 함께한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일구어내는 예비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을 만나 본다.

 

왜 우리나라엔 이런 게 없을까?

“시각장애인이라 하면 점자와 흰 지팡이를 먼저 떠올리죠. 청각장애인 하면 수화와 보청기부터 연상되고, 지체장애인 하면 휠체어나 목발을 생각하게 돼요. 이렇게 장애 유형마다 꼭 필요한 보장구와 별도의 의사소통수단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것과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해하기 쉬운 정보예요. 이해하기 쉬운 문서와 정보는 배려 같은 차원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장애 특성에 맞는 당연한 지원이자 권리인 거죠. ‘발달장애인법’ 제10조의 내용은 선별된 몇몇 도서 발행에 한정되는 게 아닌, 일상을 똑같이 살아가는 장애당사자로서 알아야 할 모든 정보의 제공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법률 제14839호(정부조직법) 일부개정 2017. 07. 26.

제10조(의사소통지원)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하여 배포하여야 한다.

 

각종 선거 때만 별도로 제작돼 배송되는 선거공보물만 떠올리는 게 해당 법의 제10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건 아니다. 일상생활의 모든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의 내용부터 사사로운 일상의 설명서까지, 같은 국민으로서 알고 있어야 하는 모든 걸 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몰라도 돼’가 아니다. 더더욱 정확한 정보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제공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왜냐, 그들도 모두 존엄한 대한민국 국민의 ‘1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만 2년이 되어가는 기간 동안 회사가 많이 성장했어요. 쉬운 정보가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일을 하는 내내 다시금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죠. 저희의 존재를 인정받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취예요. 잘해서 인정받았다기보다는,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확인하며 응원해 주셨거든요. 저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정보에 주목합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마주치는 건 모든 게 장벽이니까요.”

2017년 4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정보 만들기로 출발한 지 2년이 된 예비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아래 소소)’의 백정연 대표와 주명희 총괄본부장과 마주앉았다. 대표와 본부장은 모든 대화를 이어가면서 설명했고 부연했기 때문에, 굳이 두 사람의 의견을 나눠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든 게 ‘소소’의 의견이자 답변이 되기 때문이다.

“소소 이전에 중앙의 장애인단체 근무를 하면서, 공공기관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이런 쉬운 정보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며 명시했었어요. 업무를 하면서 쉬운 책자들을 직접 만들었던 경험도 있었고, 보건복지부에 파견 나갔을 때는 법 시행을 준비하면서 외국의 자료들을 굉장히 많이 접할 기회도 갖게 됐죠. 복지선진국들의 쉬운 정보 만들기 작업은 정말 엄청났어요. 당연한 질문을 떠올리게 됐죠. ‘왜 우리나라엔 이런 게 없을까?’ 선진국들은 정보의 양 자체도 엄청났지만, 내용의 질 또한 모든 게 부럽기만 했던 수준이었거든요.”

조직생활에 지쳐 잠시 멈춰 선 뒤 숨고르기를 하던 중, 백정연 대표의 눈에 띄었던 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라는 공모였단다. 오랜 기간 속으로만 간직해 왔던 갈증과 의욕이 그 지원사업 내용을 보자마자 일순간 분출이 됐다고 한다.

“이 일을 제가 사업으로 풀어갈 계획은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생각이자 의견뿐이었어요. 그런데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공고를 접하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정말 겁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서 준비가 된 게 하나도 없었고 자본도 하나 없는 채로, 말 그대로 아무런 계산도 없이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 자체에 몰입하게 됐던 거죠.”

 

비장애의 눈높이를 버려야만 보이는 것

매정한 질문임이 분명하지만, 진솔한 답을 듣고 싶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실 ‘쉬운 정보’라는 출판물을 만들겠다는 단체와 회사들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의외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실제 권익을 위한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정부기관과 후원단체들의 ‘지원금’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내막이 너무 쉽게 노출된 다는 점이다. 유치원생들 연령대의 동화 같은 책이면 모두 다 ‘쉬운 정보’라고 오판을 하며 뛰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게다가 비장애 인원들 중심의 출판기획자들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건 매우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수준이면 되겠지?’ 하는 타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매정하다’고 표현할 만한 질문이 필요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소소가 그런 이들과 다르다고 자부하는 차별성은 무엇인가? 아주 심각한 질문이라고 나름 생각했는데, 대답은 주저함 없이 곧장 이어졌다.

“당사자성이죠. 그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모든 걸 발달장애 당사자들과 함께합니다. 그들의 의견을 제일 먼저 묻고 들으면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의견을 가장 우선 중시하고 있으니까요.”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쉬운 정보가 어떤 게 있을까?’라는 화두를 늘 고민하지만, 그 주제는 비장애 중심의 시선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견 안에서 먼저 찾아요. 그건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에선 드러날 수가 없죠. 함께 생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 그러니까 비장애의 눈에는 별일 아닌데 당사자들의 마음엔 엄청난 장벽으로 끊임없이 남겨져 있는 지점들이 있다는 거예요. 소소가 가장 중요하게 파고드는 건 바로 그런 대목들입니다. 그럴싸한 도서목록이나 거창한 홍보 같은 건 오히려 필요 없어요. 당장 눈앞의 답답함이 그들한테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라는 거죠.”

소소는 출범과 동시에 ‘고객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당사자들과의 대화 모임을 주최했다고 한다. 첫 시작의 기대치만큼 좋은 대화가 진행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상황과 마주쳐야 했단다.

“그래도 대화가 될 만한,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발달장애 당사자분들을 초대해서 간담회를 진행했죠. ‘제가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도와 달라.’ 그런 뒤 쉬운 정보에 대한 질문을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문의했는데 세상에, 아무런 대답도 안 나오는 거예요. 순간 깨달았죠. ‘쉬운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 그 자체가 없구나’ 하는 실감을 얻게 된 거예요. 평소 자신들한테 질문으로 제시되는 게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판단할 근거 자체가 당사자들한테는 없었다는 거죠. 바로 그 지점이 핵심이라는 걸 저희는 파악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모든 질문을 거두고 나서, 일상의 소소한 문답을 시작했단다. 주말에는 뭘 했는지, 평일엔 무얼 하는지, 어디 가서 본 건 뭔지, 거기서 무엇이 불편했는지를 허심탄회한 분위기로 묻다 보니까, 기대를 넘어서는 해답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진정 원하고 궁금해 하는 게 뭔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그걸 해결하지 못해서 홀로 삭히고 있었는지가 봇물 터지듯 제시됐다는 것이다.

“거창한 세계명작 문학작품 같은 게 아니었어요. 당사자들은 설명서도 없이 출시되는 스마트폰 사용법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각종 서류에 대한 불만도 엄청나게 컸어요. 고용공단 일자리 신청서, 은행 업무 서식, 직원 모집 공고문 등, 일상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익숙해야 하는데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고 참고할 만한 쉬운 자료도 없어서 불편함을 갖게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는 거죠. 비장애의 눈높이를 완전히 버리고 시작해야겠다는 다짐과 목표를 되새기게 된, 결과적으로는 아주 의미 깊은 간담회 자리가 됐어요.”

 

   
 

가장 시급한 건 가장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

‘쉬운 글’, ‘쉬운 정보’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물음표는 철저하게 비장애의 입장에서 던지는 질문일 뿐이다. 거창한 구색부터 갖추는 게 먼저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진정 절실하게 필요한 건 따로 있다. 아니,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의 눈높이 안에 있다.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무엇이고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무엇인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왜 일어나고 급격한 출산율 저하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뒤흔드는지 여부는 부차적인 일이다. 당장 필요한 건 더하기와 빼기의 방법론인데, 고차원의 수학공식을 아무리 쉽게 풀어놓는다 해도 실생활엔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간담회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으로 제시됐다는 ‘스마트폰 사용법’의 궁금증, 바로 그런 의견들이 쉬운 정보가 무엇인지를 가늠케 하는 가늠자가 되는 것이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은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렇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정보들이 있어요. 4대 보험, 무기계약, 복리후생, 경조사비, 반차, 병가, 연차, 대체휴가 등, 비장애의 시선으로는 단번에 이해되고 파악이 가능한 용어들인데, 발달장애인들한테는 그들의 눈높이로 설명해 줘야 해요. 그런데 비장애의 언어로 듣는 설명은 이해가 안 되고, 그렇다고 계속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뜻도 모르는 채로 냉가슴만 앓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의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당사자를 위한 쉬운 정보제공뿐 아니라, 직장과 사회를 준비시키는 자료와 정보도 필요하다고 저희는 판단하게 됐어요. 비장애인 동료들이 발달장애인과 함께할 때, 어떤 부분들은 그냥 사람이자 동료로 바라보고 어떤 부분들은 장애의 특성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정보공유가 제공 돼야 한다는 거죠.”

소소가 2018년 8월에 출간한 3권의 취업실용서는 그 고민의 산물이다. <어려운 구인공고는 이제 그만>, <나도 이제 직장인>, <내일도 출근합니다>는 회사생활에 반드시 필요 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직장생활 적응을 위해 제작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어려운 구인공고는 이제 그만>이다. 이 책은 발달장애 당사자가 아닌, 발달장애인의 취업을 담당하며 일하는 실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발간됐다. 채용공고의 내용 대부분은 한자어와 전문용어로 돼 있다. 취업의 문을 두드리려는 당사자들에겐 첫 공고부터 장벽이 되는 셈이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취업알선을 돕는 직업재활사들에게, 채용과정부터 쉬운 정보제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예시와 함께 수록했다. 쉬운 지원서 양식, 쉽게 바꾼 채용 관련 용어들은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직접 감수로 완성이 됐다.

“사실 저희는 일을 하면서, 모든 발달장애인들이 소소의 책을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품지 않아요. 대신 저희가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건, 발달장애와 관련이 있는 기관과 단체들이 소소의 존재를 다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저희가 당사자들과 닿는 접점보다는, 일선의 기관과 단체들이 발달장애 당사자들과 맞닿는 지점들이 훨씬 더 많잖아요. 소소의 출간물들이 개개인의 당사자들을 움직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관과 단체의 담당자나 활동가들이 쉬운 정보의 중요성을 널리 전파하는 데 소소의 작업들이 큰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소소가 각별히 신경을 쓰는 건, 정보의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다. ‘(쉬운 정보) 이런 자료들이 있다는 걸 나는 처음 본다.’ 어느 간담회에서 듣게 된 지역거주 부모님들의 말씀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쉬운 정보의 책을 의뢰해 제작하고 납품하지만, 말 그대로 ‘출간을 위한 출간’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저희는 최대한 잘 만들고 싶죠. 잘 만들고 싶다는 목적은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공무원 마인드라고 할까? ‘빨리 끝내자, 이 정도면 됐다’는 답이 돌아올 때가 많아요. 솔직히 하루 이틀이라도 더 검토하고, 더 많은 발달장애 당사자들한테 감수를 받는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책이 탄생하잖아요. 그런데 해당기관에서는 ‘이런 책을 만들었다’로 끝나요. 배포가 제대로 안 되고, 출간했다는 결과를 상부에 보고서만 올리면 끝나는 거죠.”

 

   
 

쉬운 정보가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일상생활의 쉬운 정보에 대한 필요와 수요는 전국 각지에 굉장히 많다. 그런데 해당기관의 업무실적으로만 처리되다 보니, 이 좋은 정보의 확산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책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건, 해당기관의 담당자와 ‘윗선’의 마음에 드는지 여부일 때가 많다는 점이다. 상당히 양질의 정보집으로 탄생했지만, 기관 내에 비치되며 ‘우린 이런 것도 발행했다’는 생색내기 수준에서 마무리가 된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저희의 목표는 책과 같은 인쇄물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일상을 살면서 보게 되는 모든 형태의 정보들을 보다 쉽게 바꾸고 싶다는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게다 문자 중심의 정보잖아요. 건물에 들어서서도, 식당이나 대형서점 안에서도, 거리에서도, 스마트폰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도 모든 게 비장애 중심의 언어로 돼 있어요. 가장 비근한 예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재난상황의 문자정보도 마찬가지예요. 정부가 보냈으니까 국민 누구나 단번에 위급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태풍 내습 시’와 같은 건 비장애 입장에서 맥락상 이해를 하는 거지, ‘내습’ 자체로는 상황 판단이 어려운 용어가 된다는 거죠.”

실제로 스마트폰의 안전안내문자들을 열어보면 위의 지적이 쉽게 파악된다. 폭염 경보와 한파 특보 같은 각종 경보와 특보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건 실제 위험이 존재한다는 긴급 상황의 전파들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서 ‘비상저감조치’만 놓고 본다면 단번에 뜻풀이를 하기가 어렵다. 지하철역과 전철역 또한 마찬가지다. ‘E/S 고장’과 ‘E/L 고장’은 무슨 말인가. 그냥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라고 써놓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저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욕심이 없어요. 단, 저희가 할 수 있는 분야와 영역에 서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쉬운 정보라는 게 절대적인 기준이 없잖아요. 보는 관점마다 상대적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런 작업을 하는 회사와 단체들이 더 많이 생겨나서 훨씬 다양한 정보들을 생산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각각의 전문분야로 자리를 잡고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훨씬 넓어진 선택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건 발달장애 당사자들만의 편의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더 넓게 본다면 연로하신 어르신들과 글을 모르는 분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친구들, 다양한 이유로 보다 쉬운 정보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으로 정보제공이 가능해지는 거예요.”

백정연 대표와 주명희 총괄본부장은 올해 꼭 완수하고픈 목표를 언급했다. 사실은 소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욕심을 냈던 건데, 이런저런 이유로 착수하지 못했던 내용이란다. 바로 ‘연애’와 관련된 쉬운 정보집이다. 청소년기까지는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겠지만,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삶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성과의 관계설정이기 때문이다.

“소소가 예비사회적기업이기에 매출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직원들의 고용이 유지돼야 하고, 새로운 작업도 계속 진행돼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돈을 벌기 위해’라는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싶지 않아요. 더 이해하기 쉬운 방법과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거든요. 꼭 출간작업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안해 주신다면 저희는 기쁘게 함께할 수 있습니다. 소소가 아직 살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한 쉬운 정보를 권해주셔도 좋아요. 책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쉬운 정보 활성화를 위해 함께 활동하고 노력하는 동반자 같은 관계를 저희는 여러분 모두에게 원하니까요.”

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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