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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자산은 바로 ‘사람’입니다

기사승인 [0호] 2019.06.19  1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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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테스트웍스

   
 

‘함께 걷는 우리’는 장애와 직접 관련이 있는 단체나 모임 같은 사회 속 움직임을 찾아간다. 외적인 크기나 조직의 규모 같은 건 상관하지 않는다. 움직임의 실제 내용 그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취재를 준비했는데 아주 색다른,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기업의 환경을 직접 확인하게 됐기에, ‘이렇게 운영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그 가능성의 확신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한다. 4차산업시대의 품질을 선도하고, 소프트웨어 테스트 및 인공지능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스트웍스를 소개한다. 이 회사의 지향점은 바로 ‘포용적 고용(Inclusive Employment)’이다.

 

공정성이 보장되는 공간 만들기

‘성별, 나이, 장애, 국적과 관계없이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이들에게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자부심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는 기업의 소개 글이 우선 관심을 끈다. 주요 거래처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회사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파악된다. SKT, LS산전, 삼성, SK Planet, KT,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차례로 나열돼 있다.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 같은 정부기관과, 회사가 소재한 지역의 송파구청도 보인다.

“회사명이 테스트웍스인 건, 저희가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시작을 해서 그렇게 만들었는데, 고객의 입장에선 테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는 첫 인상을 받을 수가 있죠. 그게 일차적인 이유인데, 제가 생각하는 두 번째 진짜 의미는 ‘저희 직원들의 잠재력을 테스트한다’는 거예요. 회사 로고 아래에 ‘무한의 가능성을 테스트한다’고 새겨져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나 제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해서 사사로운 결함들을 사전에 검출한다는 뜻이 우선이지만, 제가 중점을 두는 건 저희 직원들입니다. 모든 잠재력과 가능성을 계속 테스트하면서, 이 분들이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는 의도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테스트웍스의 윤석원 대표는 예사롭지 않은 그의 이력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코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지 스타트업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수석연구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사업부로, 다시 삼성전자로 옮겨 활동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결례가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든 대화의 연결고리가 될 부분 같았기에 양해를 구하며 질문했다. 제3자의 시선에선 가장 선호할 만한 이력을 가졌는데, 왜 그 자리를 벗어나 창업이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됐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윤석원 대표는 미국 생활에서 느끼게 된 가치관의 변화를 꼽았다.

“원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려고 미국에 갔다가, 정말 우연한 계기와 인연으로 컴퓨터 분야를 전공하게 됐어요. 아이티(IT) 분야 또한 평소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대학원을 마치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게 될 때까지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오래된 반감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뭔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나라 같았거든요.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다 보니까, 미국이라는 나라의 새로운 면이 확인되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최소한 공평하다는 거, 최대한 공정한 게임을 하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는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갖춰져 있다는 거죠.”

그의 직장엔 눈에 띄게 유능한 직원들이 가득했단다.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과 박사학위 소지자들도 많았기에, 왜 자신을 직원으로 뽑게 됐냐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학위도 낮고 외국인인데다가 나이도 많은 편이었는데, ‘왜?’라는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무덤덤했단다. 우리는 그런 거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장애나 인종이나 성별 같은 건 보지도 않고 이력서에 써서도 안 된다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저는 그 나라에서 새로운 기회(second chance)를 잡게 된 거예요.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을 받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환경 속에 있다 보니까 진정한 평등이 어떤 건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된 거죠.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그런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확인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공평함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공정함은 있어야 하는데, 공정한 게임 자체가 되지 않고 ‘새로운 기회’라는 게 주어지지 않는 사회가 돼 있다는 거죠.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디딤돌도 보이지 않았고, 고착되는 양극화로 인해 다른 대안을 찾아내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많이 고민했어요. ‘최소한의 공정함을 가진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런 공정함이 인정되는 회사를 해보면 어떨까?’ 그런 기대와 각오로 테스트웍스를 시작하게 된 거죠. 저 개인적으로는 제 인생을 걸고 하게 된 거예요.”

 

장애당사자들의 능력을 증명하겠다

테스트웍스는 ‘테드웍스(TEDWorks)’라는 웹 호환성 진단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해서,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손쉽게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웹 호환성을 진단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웹 호환성이라는 건 서비스 이용자의 운영체계, 디바이스, 브라우저에 따른 환경의 차이가 있을 경우에도 동등한 수준의 기능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테스트웍스는 ‘풍부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 높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수집 및 가공 솔루션을 제공’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전문 인력인데, 그 전문 인력의 조건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수동업무에 특화된 전문 인력’, 다시 말해 자폐성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취재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왜 장애인들의 취업을 우선하는가? 윤 대표의 답은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 하며, 잠시의 지체됨도 없이 툭 던져졌다.

   
▲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개발자 연구의 공간이 테스트웍스의 내부 모습이다. ◉ 사진 제공. 테스트웍스

“대기업에 계속 있었다면 임원이 되고 일정한 지위까지는 보장받았겠죠.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가치충돌이 너무 많이 발생했어요. 제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 사람 중심의 문화라든지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치지향적인 일이었는데, 회사는 최대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든지 성과를 내야 하잖아요. 물론 저는 굉장히 일을 잘했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제가 그런 능력을 타고난 게 아니라, 그런 훈련을 계속 집중적으로 받아야 하는 회사이다 보니 그 틀에 맞는 사람이 돼 있었던 거죠.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면서도 가치충돌은 끊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말로 제 영혼을 바쳐서 헌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던 거죠. ‘어떻게든 최소한 2년은 직접 해보자. 했는데도 안 되면 과감하게 접고 기존의 삶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 그렇게 다짐하며 가시밭길이라는 창업에 뛰어들었던 겁니다.”

시작점은 정말로 고생 그 자체였다고 했다. 2년 정도 되니까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고, 3년차로 넘어가면서 고객들의 반응이 확실해지면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믿고 맡겼지만 시행착오가 반복됐던 장애당사자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한 것도, 회사의 체계가 잡혀가는 과정과 속도를 같이 했다고 한다.

“저희가 복지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분들한테 기회를 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최대한 당사자들의 취업을 계속 넓혀갈 거예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제가 회사를 하는 이유는 이런 분들한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거니까요. 인공지능 업무나 테스팅 업무를 잘할 수 있는 분이면, 저는 장애유형과 상관없이 고용할 거예요. 다만 아직은 회사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자폐성장애와 청각장애 같은 일부 유형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장애당사자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게 제겐 정말 큰 보람이에요. 그런 보람으로 이 일을 하는 거지, 돈? 글쎄요. 돈은 보람이 커지는 만큼 따라오겠죠. 그렇지 않나요?”

윤 대표는 직원들한테 항상 강조한다고 했다. ‘우린 확장해야 한다. 우리는 번영해야 한다. 왜 번영해야 하는가? 더 많은 분들한테 기회를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일을 하는 직원들부터 계속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시스템의 회사가 반드시 잘 돼서, 성공하는 모습을 이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왜냐, 그래야만 더 많은 대기업들과 공공기관에서도 장애당사자들의 능력을 깨닫게 되고, 그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취업의 문호를 넓히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장애당사자들이 정직원으로 근무하며 성장하는 성공사례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세상인 양 언론과 정치권에서 4차산업혁명을 거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약한 건 철학과 사상인 것 같아요. 4차산업혁명을 통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잖아요. ‘혁명’이라는 단어가 포함될 만큼의 급격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3D프린터와 무인자동차 정도만 언급되고 국민 전체를 일깨울 철학이 부재하다는 거죠. 단순작업은 모두 자동화되고 무인기기의 정착으로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어 사회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텐데, 신세계의 도래처럼 막연한 기대감만 불어넣고 있잖아요. 4차산업혁명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얻고 어떤 자세로 대비해야 하는지, 이건 장애계도 현실을 직시하면서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테스트웍스의 새로운 정보교환과 교류를 위한 Company Day 행사 모습. 앞에서 발언을 하는 이가 윤석원 대표다. ◉ 사진 제공. 테스트웍스

 

포용적 고용,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든다

그렇다면 일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화의 자리에 청각장애 2급의 한 직원이 함께했다. (익명을 요청했기 때문에, 여기선 A씨라고 표기한다.) 테스트웍스에서 일한 지는 만 1년이 됐고, 개발언어 중 하나인 파이선(Python)과 웹 홈페이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단다. 이전 직장에서는 모바일 포렌식 작업을 했는데, 지금의 일은 이 회사에 들어와서 새롭게 익히게 된 거라고 했다.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끼고 있고, ‘당연히’ 계속 일을 하고 싶다며 그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구화(口話)가 가능하기 때문에, A씨는 청각장애인이 전문직을 수행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대목을 또박또박 설명했다.

“어떤 분야의 일을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인만의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필담이라든지 보디랭귀지를 한다든지, 청각장애인과 직접 일을 해본 적 없는 비장애 직원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소통의 방법이 서로에게 필요합니다. 처음 얼마간은 서로가 계속 어긋날 경우가 생길 텐데,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직장의 특성상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입 모양을 반드시 봐야 하는 구화 사용자는 많은 대화 내용을 놓치게 되죠. 그럴 때는 100% 정확하진 않지만 휴대전화의 음성번역 앱을 활용하고, 회의가 끝난 뒤 회의록을 참고해서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A씨는 테스트웍스의 직장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혼자였고 냉정한 인간관계뿐이었던 이전 직장들과는 달리, 여기는 무엇보다 먼저 따뜻함이 전해진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소통을 대표부터 다르게 실천하니까, 다른 직원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놓으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고 한다. 윤석원 대표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직원들의 변화를 언급했다. 처음에는 장애의 특성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이젠 제3자가 봐도 자폐성장애를 감지하지 못할 만큼의 사회성을 갖게 됐다며 직원들의 변화상을 일일이 거론했다.

“4차산업혁명에서 우리에게 결핍된 면들을 먼저 말씀드렸는데, 뒤집어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만의 강점도 분명히 있어요. 바로 ‘사람’이라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는 거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망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남은 과제는 그 모든 기반을 적재적소에 제대로, 확실하게 활용할 사회적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장애당사자들의 직업에만 한정시켜 본다면, 우리나라는 너무 심하게 블루칼라(생산직)쪽으로 집중돼 있어요. 중증의 장애는 복지 영역에서 관장해야 하지만, 세금 내는 시민으로 가야 할 분들이 천편일률적인 단순작업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본인에게 맞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까 적성을 찾아야 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거죠. 어릴 때부터, 시작할 때부터, 직종을 전환할 때부터 체계적인 인재를 양성할 국가와 사회 차원의 큰 그림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자원이자 유일한 자산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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