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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인권 문제다

기사승인 [367호] 2019.09.02  10: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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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 칼럼

   
 

거리에서 노숙하는 장애인들의 실태를 취재했을 때 노숙인을 돕는 단체 관계자에게 들은 얘기다. 휠체어를 타는 한 노숙인이 있는데, 종일 지하철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을 오갔다고 한다. 문제는 혼자서 배변 처리를 하지 못해 옷에다가 배변을 본 상태여서 악취가 진동했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예는 극단적인 사례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거리에 나가보면 노숙 장애인들이 눈에 띄고, 무료급식소에 가보면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장애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아직도 구걸로 삶을 영위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왜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삶을 살아야 할까? 장애가 이유가 된 빈곤 때문이다. 더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전체 장애인 가구의 30%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장애인 3명 중 1명은 상대 빈곤도 아닌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게 지금 이 나라 장애인 현실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장애인들의 빈곤 현실이 차별을 뛰어 넘는 심각한 인권 문제라는 인식은 확산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이니까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게 당연하다? 그건 아닐 것이다. 이제라도 빈곤이 심각한 장애인 인권 침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으면 그 어떤 인권 보장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불편한 사이가 된 일본의 예를 들면, 일본 장애인들이 별탈없이 사는 것은 장애인연금으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은 과거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세를 인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정부 예산을 배분하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예산을 ‘소모성 예산’으로 여긴다. 기재부는 예산 배정에서 효율성을 따진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예산을 쓰면서 뭔가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바라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 문제를 사회권 보장 차원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바라보고 그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즉 배제나 차별처럼 빈곤도 심각한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분류된다. 상위 10%가 국내 전체 소득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인 가난한 사람들의 극심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다. 만약 의지가 있다면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올려서라도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정부 스스로도 전체 장애인 가구의 30%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전체 장애인 가구의 1/3이라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이 장애인들을 언제까지 빈곤의 수렁 속에 버려둘 것인가.

정부에 제안한다. 전체 장애인 가구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당장 힘들다면, 장애등급제 폐지 후 정부가 분류한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들의 절대적인 빈곤 문제만이라도 해결하자. 장애인들의 빈곤 문제를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바라보고 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저작권자 © 함께걸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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