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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동 수급자 심 씨네 삶

기사승인 [368호] 2019.10.02  13: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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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아파트 밀집지대다. 임대아파트 5단지 5층 맨 오른쪽 끝 낡고 좁은 집에 심 씨네 세 가족이 살고 있었다. 장남인 심 씨(53)는 혼자 휠체어를 타기도 어려울 정도의 중증장애를 갖고 있었다. 늙고 병든 어머니(88)와 일용직 일을 하는 작은아들(51)이 장애를 갖고 있는 심 씨를 돌보며 살았다.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었던 심 씨 가족은, 다행히 2000년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돼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았다. 거기에 더해 노모는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받았고, 큰아들 심 씨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다. 겉으로 보면 정부는 심 씨 가족에게 제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래서 이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에 책임이 없다고 뒷짐을 진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심 씨 가족에게 지원된 생계비와 주거비, 연금 등을 합치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는 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빠듯하지만 가족이 생계는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은 달랐다. 심 씨 가족은 한 달 5~6만 원에 불과한 아파트 임대료를 내는 것도 벅찰 정도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왜 그랬을까? 먼저 작은아들은 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제외됐다. 현 제도에 따르면 2인 가구 생계급여 지급 기준은 87만1958원이다. 하지만 심 씨 가족은 소득인정액을 뺀 만큼의 금액을 생계급여로 지급받았다. 그래서 심 씨 가족이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매달 받은 생계급여는 약 15만 원에 불과했다. 작은아들이 부양의무자로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아들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부양의무자여서 부양비를 낼 것으로 간주된, ‘간주부양비’ 약 25만3천 원이 소득인정액으로 잡혔다. 심 씨 가족이 받는 생계비에서 이 금액이 차감됐다. 여기에다 노모가 받고 있던 기초노령연금과 남편이 사망해서 받고 있던 국민연금 배우자 유족연금 급여도 소득인정액으로 잡혔다. 이렇게 소득인정 금액을 모두 다 제하고 나니 남은 생계급여가 15만 원이었다.

세 식구가 이 돈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그래서 작은아들은 일용직 일을 나가고 싶어했다. 속칭 ‘노가다’를 해서 적은 돈이나마 생계에 보태고 싶었다. 하지만 수입이 생기면 그 수입이 소득인정액으로 잡혀서 그나마 적은 생계급여가 삭감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일을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7월 말, 작은아들은 극심한 가난으로 더 이상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소득인정액 제도를 무시하고 노가다 일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소득인정액 말고도 일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즈음 노모가 팔에 석회가 생겨 매일 병원을 다녀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장애를 가진 큰아들 심 씨는 장애 외에도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즈음 병 상태가 악화돼 일주일에 세 번씩 구급차를 불러야 했다. 형은 거의 해골같은 얼굴을 하고 사망에 이르는 상태가 됐고, 저녁과 새벽에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작은아들은 꼼짝없이 집에 갇혀 노모와 형을 돌봐야 했다.

이런 출구 없는 상황에 작은아들은 깊이 절망했다. 고민 끝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저질렀다. 8월 1일, 노모와 큰아들 심 씨가 집 안에서 둔기에 맞아 참혹하게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작은아들이었다. 이후 작은아들 역시 한강에서 익사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가난과 장애로 고통에 시달리던 심 씨네 가족의 삶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났다.

심 씨네 가족 세 명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가난 때문에 믿었던 아들에게 살해당하고, 형제에게 살해당하고, 어머니와 형을 죽인 본인은 한강에 몸을 던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심 씨네 가족의 원혼은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저작권자 © 함께걸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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