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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수급은 왜 일어나는가

기사승인 [368호] 2019.10.07  10: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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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지원서비스와 부정수급

   
 

활동지원사 A 씨는 장애인 갑 씨와 을 씨의 활동지원을 한다. 갑 씨와 을 씨는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 다른 층에 거주한다. A 씨가 3층에 거주하는 갑 씨의 활동지원을 종료한 후, 7층으로 올라가 을 씨의 활동지원을 시작했다. 그런데 활동일지를 제출한 후 A 씨가 부정수급을 했다고 기관에서 감사를 나왔다. 갑 씨의 활동지원을 종료한 후 바우처 카드로 단말기에 찍은 시간으로부터 을 씨의 활동지원을 시작하면서 다시 단말기에 을 씨의 바우처 카드로 찍기까지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갑 씨와 을 씨가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 다른 층에 각각 거주한다는 서류를 제출하여 부정수급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부정수급’과 ‘정직’이라는 울타리

‘부정수급’은 요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도에서 가장 많이 이슈화되고 있다. 부정수급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로는 위의 사례와 같은 경우, 두 명의 엄마가 서로의 자녀를 활동지원하는 일명 ‘크로스 매칭’의 경우, 장애인 이용자가 스스로 지인을 데려와 활동지원사로 매칭해달라고 하는 일명 ‘셀프 매칭’의 경우가 있다.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이용자 두 명을 활동지원하는 경우에는 바우처 카드로 단말기를 찍는 ‘시간적 차이’에서 부정수급을 의심받을 위험이 높아진다. 하루에 장애인 이용자 두 명의 활동지원을 하는 경우, 앞서 활동지원을 한 장애인 이용자의 종료시간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장애인 이용자의 활동지원이 시작됐다고 활동일지에 기록하는 것이다. 앞의 활동지원 종료시간으로부터 이동시간이나 휴식시간이 있을 텐데도, 바로 다음 활동지원 업무가 시작된다는 데에서 의심을 받게 된다.

‘크로스 매칭’의 경우는 서로 주고 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부정수급의 의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아동의 부모님들이 이 경우에 많이 해당되는데, 양측 부모들이 각자의 자녀를 바꿔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처음엔 2명의 부모가 서로 ‘크로스’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부정수급의 의심을 받게 되면서 3~4명의 부모들이 얽히게 되기도 한다. ‘셀프 매칭’의 경우 역시 부정수급에 대한 의심이 가기 쉽다. 담당 코디네이터 입장에서는 장애인 이용자의 욕구에 맞는 활동지원사를 매칭해주기 위한 수고로움을 덜하게 되므로 편할 수 있지만, 해당 활동지원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우므로 부정수급에 대한 심증이 가더라도 물증이 없다.

위의 경우 외에도 ‘부정수급’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지원서비스에서 드러나지 않은 모습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 즉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맹인 시각장애인이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차표를 예매한 후, 탑승해야 할 기차가 있는 승강장, 기차의 호차, 좌석번호 등을 시각장애인이 보지 못하기 때문에 활동지원사가 활동지원을 한다. 좌석에 앉은 뒤부터는 화장실에 가는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물론 혼자 가능한 시각장애인도 있다), 기차를 내리는 순간까지 시각장애인은 활동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차가 이동하는 시간동안 자리에 ‘그냥’ 앉아있는 시간도 단말기에는 그대로 활동지원을 한 시간으로 입력되고 있는데, 이것은 부정수급이 되지 않는가?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이용자와 함께 있는 그 시간 역시도 활동을 지원하는 시간으로 간주해야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시간이 적고, 그렇기 때문에 그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 활동지원을 받고 싶은 장애인 이용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면 부정수급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활동지원을 받고자 ‘실제’ 활동지원을 받는 시간에만 단말기에 바우처 카드를 찍게 된다.

즉 기차역에서 만나 바우처 카드를 찍으며 활동지원을 시작하고, 기차의 좌석에 앉은 뒤 바우처 카드를 단말기에 찍으며 활동지원 업무를 종료한다. 그리고 기차를 내릴 때가 되면 다시 단말기에 바우처 카드를 찍으며 활동지원 업무의 시작을 기록하고, 기차에서 내리고 목적지까지 도착한 뒤 단말기에 바우처 카드를 찍으며 활동지원 업무를 종료한다.

구두쇠처럼 악착같이 실제 활동지원을 받는 시간만 결제한다면, 과연 활동지원사는 한 달에 얼마나 시간을 결제할 수 있게 될까. ‘부정수급’과 ‘정직’이라는 울타리에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는 얼마나 떳떳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가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분명히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부정수급’이라는 이름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례도 있으며, 현행 제도상 부족한 점으로 인한 아쉬움 역시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장애인 이용자의 욕구에 맞는 활동지원사 매칭의 어려움이다. 장애인 이용자의 장애 특성에 맞는 활동지원사를 매칭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코디네이터가 상담을 통해 장애인 이용자의 욕구에 적합한 활동지원사라고 판단했더라도,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는 서로에 대해서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서로에 대해 잘 모른 채 매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잘 맞지 않게 되면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사 변경을 요청하기도 하고, 활동지원사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양성과정 교육을 하는 현장에 가보면, 강의실은 항상 교육생들로 가득 차있다. 이 교육생들 중 90%는 주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활동지원사로서 가사지원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고, 남자인 교육생은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려는 장애인 이용자는 장애의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종류가 달라진다. 가사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동이나 통역 등의 사회활동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장애인 이용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활동지원사를 선호하게 된다. 또 장애 정도가 심하여 활동지원을 할 때 ‘힘’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남자 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활동지원사로서 자격을 갖추고 대기 중인 사람들이 아무리 넘쳐나도, 장애인 이용자의 욕구에 맞는 활동지원사를 매칭하기가 쉽지 않다.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활동지원사의 급여가 적은 것도 모자라, 활동지원사로서 계약을 하는 기관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도 낸다. 4대보험이 가입되고 명절 선물이나 퇴직금이 지급된다고 해도, 활동지원사를 ‘직업’보다는 ‘알바’로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활동지원사의 급여는 시급으로 계산하는데,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의 이름이 적힌 바우처 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사회활동이 많은 장애인 이용자들에게는 장소의 제약없이 활용할 수 있고,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바우처 시간이 얼마인지, 또 얼마나 남았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말기의 오류나 오작동, 카드를 단말기에 찍어야 하는 시간을 깜빡하여 결제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업무 중 휴게시간을 위해 따로 결제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도 있다. 무엇보다도 단말기의 간편함이라는 특성상 부정수급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서비스가 되려면

코디네이터가 장애인 이용자에게 활동지원사를 매칭해주려고 할 때, 장애인 이용자에게 맞는 활동지원사를 찾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활동지원사로 등록·대기 중인 서류를 뒤지고 수십 통의 전화를 돌려도 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장애인 이용자가 다급하게 서비스를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매칭이 어려워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활동지원사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자체적으로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통합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마다 다른 수수료를 통일시키거나, 아예 정부에서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해 활동지원사에 대한 안정적인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

특히 장애인 이용자가 아닌 그의 가족이 활동지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사를 마치 하인처럼 대하는 등 활동지원사에 대한 현실은 많이 열악하다. 그런 만큼, 장애인 이용자에게만 특화된 현 시스템에서 활동지원사의 권리도 최대한 보장해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그래서 장애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장애인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활동지원사도 그에 맞게 매뉴얼화되고,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양측 모두 만족하며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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