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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장애인이 홀로 살고 있었다

기사승인 [368호] 2019.10.18  10: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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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으로 돌아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은 채 버려진 중증장애를 가진 한 여성이 있었다. 2011년 당시 그녀의 나이는 43세였고, 중증 뇌병변의 와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와상장애는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 하루종일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장애를 말한다. 그런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발견된 곳은 컨테이너 박스 안이었다.

2011년 6월 장애우권익문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에 경기도 용인시 무한돌봄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한 여성 장애인이 비인간적인 생활환경에 방치된 채 사실상 학대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소 활동가들이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나섰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도로가 외진 곳에 컨테이너 한 채가 놓여 있고, 그곳에 김아무개 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장애인이 계모인 62세 어머니와 살고 있다고 했다. 센터에서 1월부터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 가정을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어머니는 컨테이너 안에서 유기견 30여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고 하며, 장애인은 애완견들의 오물로 뒤덮인 컨테이너 안에서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종일 누워만 있었다. 어머니가 외출할 때는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그기 때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사실상 장애인이 혼자 감금된 채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활동가들이 어머니에게 감금 이유를 물어보자 “아이가 9살 때부터 함께 살았고, 그동안 학교 및 병원은 가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여성장애인은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되는 퇴행 상태에 놓여 있었다. 거기에다 온몸에는 심한 피부병이 번져 있었고 얼굴에는 맞아서 생긴 멍자국이 있었다. 이빨도 모두 빠져 앞니 두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연구소 활동가들은 장애인이 학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또 장애인이 위급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속히 장애인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바로 분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내 딸 내가 돌보는데 상관하지 마라”, “아이가 뇌를 다쳤기 때문에 병원이 아닌 꼭 내가 수발을 들어 줘야 한다”면서 완강하게 저항했다. 장애인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생계비와 장애연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것이 딸을 놔주지 않는 이유였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활동가들은 “딸이 치료가 필요하니까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동의해 달라”고 통보했다. 어머니는 “다 나가라!”고 소리치며 반발했다. 동행한 경찰이 어머니를 붙잡았고, 그사이 미리 와 있던 병원 직원이 장애인을 들것에 실어 컨테이너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성장애인은 비로소 10년이 넘는 사실상의 감금 생활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특이한 점은 이 여성장애인이 종일 누워만 있어서, 사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와상 장애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병원에 데리고 와서 밥을 주자 혼자 앉아서 수저로 밥을 허겁지겁 떠먹었다는 것이다. 이 여성장애인은 말도 할 수 있었다. 활동가들이 “여기 오니까 좋아요?” 라고 물어보자 “네”라고 대답했고, “다시 살던 컨테이너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라고 물어보니까 “아니요” 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으세요?” 라고 물어보니까 “아니요” 라고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용인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어머니가 딸인 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연금을 생계수단으로 삼아 살고 있었다. 이 여성장애인에게 나오는 월 60여만 원으로 개 사료값으로 20만 원을 쓰고 나머지 40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어 후속 처리 방향에 대해 “병원에 입원시켜서 건강을 회복시킨 후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용인시의 협조를 받아 가족에 의해 감금된 채 방치돼 있던 여성장애인을 무사히 구출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정 학대 상태에 놓여 있는 장애인이 이 장애인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상담 사례 분석에 따르면, 가족이 장애인을 학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시설 내 장애인 인권 침해가 문제였는데 이제는 가정 내 장애인 인권 침해 문제가 큰 문제로 제기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믿고 있던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애인의 심정은 어떨까? 이제라도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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