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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가 늘고 있다

기사승인 [369호] 2019.11.04  15: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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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주민센터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느냐”는 전화였다. 내막을 알아보니 지난 8월 서울 신림동에서 한 여성장애인이 고독사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전수 조사를 하는 것 같았다. 일종의 안부 전화였던 셈이다. 방문 조사도 없이 달랑 전화 한 통으로 장애인의 생사를 확인하는 행정당국이 한심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행정당국도 장애인의 고독사 문제를 인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애인들의 고독사 실태가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18년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는 총 483명으로, 전체 무연고 사망자 5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과 비교해서 80%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작년 장애인 고독사를 장애유형별로 보면, 지체장애가 173명(35.8%)으로 가장 많았고, 뇌병변장애가 79명(16.4%), 정신장애가 52명(10.8%)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100명(20.7%), 서울 98명(20.3%), 부산 46명(9.5%) 순으로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가 많았다. 2017년 통계자료에서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가 없었던 세종, 전북, 제주는 2018년 세종 2명, 전북 16명, 제주 6명으로 새롭게 나타났다. 그리고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의 중노년층 장애인들이 고독사에 취약했다.

실태를 보면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장애인이 혼자 살다가 고독사하는 경우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농어촌보다 대도시에 사는 장애인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오래 전 알고 지내던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 가족과 인연이 끊겼고, 젊어서는 혼자 살면서 신발 만드는 공장에 다니고 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렇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결혼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을 일만 하면서 혼자 살다가 나이가 들고 질병을 앓게 되자, 주변 지인들에 의해 한 장애인 미인가 시설에 보내졌다. 그는 그곳에서 임종을 맞았고 시신은 무연고자로 처리돼 화장됐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쓸쓸한 삶과 죽음이다. 그이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가족이라는 인연을 맺지 못해 혼자 외롭게 살다가 죽어가는 장애인이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특성상 장애인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에 의해 버려지거나, 장애가 이유가 돼 결혼을 하지 못해서 혼자 산다. 그렇다고 장애인이 편견으로 인해 결혼이 힘든 현실을 국가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혼자 사는 장애인들에 대해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은 정부 잘못이다. 장애인 고독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사회안전망 부재이기 때문이다.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마련되어 있다면 장애인 고독사를 막을 수 있다. 비장애인들도 가족 해체를 겪는 시기에 더 이상 가족이 고독사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작년에 고독사한 장애인의 숫자가 재작년에 비해 무려 80%나 증가했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65세 이상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이 제도화 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고독사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정부 차원에서 혼자 사는 장애인 실태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아무런 대책마련도 검토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고독사한 장애인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내년 이맘 때쯤 발표될 올해 장애인 고독사 실태가 두렵다.

 

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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