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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이행으로 동등한 사회를 만들자

기사승인 [369호] 2019.11.06  10: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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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 CRPD NGO연대 활동기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NGO연대 시작

2017년 6월 15일, 이날은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듯 유난히 뜨거웠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던 17개 장애인 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장애’ 이슈는 장애의 원인과 유형별로 구분되고, 소속된 장애인들의 정책적 욕구도 다양하다. 이렇듯 활동 영역이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모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17개 장애인 단체는 수차례의 준비단 회의를 통한 논의 끝에 마침내 자신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포괄할 수 있는 단일한 워킹 그룹을 구성했으며, 모두의 염원과 희망을 담은 정관을 발표했다.

 

 

“제1조(명칭) 본 회의 명칭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라 한다.”

 

“제2조(목적) 연대는 다음 각 호의 내용을 목적으로 한다.

1.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관련 NGO질의목록, NGO보고서 등 작성 및 제출

2.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한국 정부보고서 심의와 관련한 한국 NGO의 의견 제시

3. 기타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해 필요한 협약 관련 활동”

 

이렇게 이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NGO연대(이하 NGO연대)’를 결성했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전달할 우리나라 장애계의 질의목록 수집, 민간보고서 작성, 우리나라 정부의 국가보고서 심의 시 장애계의 염원을 담은 민간보고서 제출 등 장애인 인권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련의 활동을 시작했다.

 

   
▲ 2017.6.15. NGO연대 준비단이 이룸센터 회의실에서 준비회의를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대한 움직임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되기 이전에도 몇 가지 국제인권조약을 통해 ‘장애’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포괄적으로나마 다뤄져 왔다. 특히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제23조에서 ‘장애아동’을 직접 언급하면서 장애아동의 권리를 매우 특별하고 구체적으로 다뤘다. 또 장애인권리선언(1975),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 계획(1981), 장애인의 기회균등에 관한 유엔 표준 규약(1993)은 장애인에게 천부적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권리 보호와 증진을 위한 원칙과 지침을 제공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설사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권리 향상을 언급한다고 해도 당사국에 대한 법적 구속력조차 없는 선언적 주장에 불과했다. 이런 한계를 절감한 국제 장애계는 장애인 권리를 구체적으로 집약해 다루고 당사국의 장애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 구속력도 갖춘, 인종차별철폐협약(1965), 여성차별철폐협약(1979) 같은 국제인권조약들과 동등한 수준의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 2018.4.4.~9. 보고전 질의목록 심의 참여한 전 보고서총괄위원장(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전운영위원장(원종필 한국장애인연맹(DPI) 전 사무총장

 

UN의 장애인권리협약(CRPD) 채택과 우리나라의 비준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정을 위한 국제 장애계의 노력은 출발부터 역동적이었다. 유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하고, 오랫동안 싸워나갔다. 우리나라 NGO들도 2000년에는 CRPD 제정을 요청한 베이징선언에 동참하고, 2003년에는 이른바 방콕초안을 작성해 유엔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우리나라 NGO들은 제6조 장애여성과 제9조 접근성, 제19조 자립생활과 지역사회의 동참 등의 조항을 CRPD에 포함시켜 전통적으로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차별과 인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장애여성, 물리적·환경적 장애 요인 제거를 통한 접근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자립생활 등을 ‘권리화’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처음 24개 조항으로 시작한 CRPD 초안은 2006년 12월, 50개 조항으로 완성됐고 유엔총회에서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마침내 2008년 5월 시행됐다.

우리나라 정부의 CRPD 비준은 빨랐다. 2008년 12월에 비준해 이듬해 1월 발효했으니, 유엔에서 CRPD를 시행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였다. CRPD 비준국은 ‘당사국’이 되는데, 당사국에선 CRPD가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장애인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할 책임과 의무가 국가에게 법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의무 중 하나로 CRPD 이행을 위해 당사국이 취한 조치를 담은 ‘국가보고서’ 제출이 있다. 당사국은 비준 이후 2년 이내에 최초 보고서를, 이후 4년에 1회씩 정기보고서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CRPD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제출된 국가보고서를 기반으로 CRPD 위원회는 당사국의 CRPD 이행 수준을 심의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권고하는데, 이를 최종견해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최초 국가보고서를 제출했고, 2014년 국가보고서에 대응하는 국내 장애인 단체들의 민간보고서를 주요 내용으로 한 CRPD 위원회의 최종견해도 받았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2019년 3월 초 최종견해에 대한 답변으로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곧 우리나라 정부가 제출한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 2018.7.19.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보고전 질의목록 브리핑 보고회

 

CRPD 이행을 위한 NGO연대의 역할

CRPD를 국내적으로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냐는 위원회의 질의에, 설사 이행한 내용이 전무하다고 해도 ‘없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당사국은 없다. 국내의 불분명한 통계 수치나 사업 결과를 제시하면서 동문서답으로 대응하거나, 단기 사업을 마치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침소봉대하는 등 온갖 핑계와 변명으로 CRPD를 이행하고 있다고 대응하기 마련이다. NGO연대의 임무는 정부가 제출한 국가보고서의 이면에 숨겨진 실상과 우리나라 장애인이 처한 상황을 CRPD 위원회에 낱낱이 전달하고 진정한 CRPD 이행을 촉구하고 장애인의 염원이 최종견해에 담기도록 활동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NGO는 1차 심의를 앞둔 2014년에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를 조직해 1차 국가보고서에 대응하는 민간보고서를 작성했고, CRPD 위원회에 전달했다. 민간보고서는 국가별로 한 개만 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단체가 연대해 한 개를 제출할 수도 있고, 단체별로 따로 제출하기도 한다. 2014년 우리나라 NGO는 모두 9개의 민간보고서를 제출했고, 당시 심의가 있었던 제네바 현장에는 장애인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50여 명이 넘는 NGO 활동가들이 신안염전 노예 사건, 장애인시설에서의 학대, 선택의정서 비준 거부, 일부 조항 유보 등의 내용을 사진·영상·통계 등 구체적 자료들로 구성해 열악하고 처참한 우리나라 장애인의 실상을 낱낱이 알렸다.

당시 이러한 NGO의 노력으로 정부는 CRPD 위원회로부터 60여 개의 최종견해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부는 최종견해에 따른 조치를 취해왔을까? 또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어떤 장애 이슈들이 생겼을까? NGO연대는 어떤 장애 이슈들을 선정해서 그 실상을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정부가 UN CRPD를 완전히 비준하고 이행하는 법적, 정책적 복지 시스템을 갖춰 종국에는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제 우리 NGO연대의 노력들은 민간보고서에 담겨 정부를 향해 잘 벼린 날카로운 질의가 되어 제네바 현장을 울릴 것이다. A Voice of Our Own!(당사자의 목소리로!)

 

김소영/한국장애인연맹(DPI) 국제협력국 팀장 mysy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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