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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죽어가고 있다.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사승인 [369호] 2019.11.18  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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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유니온

   
 

취재를 준비하고 실제 진행하면서, 전혀 예상 못했던 현실과 마주치게 될 때가 있다. ‘정말 이 정도인가?’, ‘이게 말이 되는가?’라는 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세상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정말 기가 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이륜차(오토바이)만 220만 대가 넘는다는데, 정작 대한민국에는 오토바이 정비자격증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공인된 자격증이 없으니, 누구든 정비센터 간판을 달고 운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게다가 청년(18~24세) 산재사망사고 가운데 무려 44%가 오토바이 배달 중 발생한다는 건 충격 이상의 상실감을 남겨놓게 한다. 국가가 규정하는 정비기준도 없는 나라, 이런데도 우리는 일상의 모든 거리에서 질주하는 수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마주하며 지낸다. 당연히 결성돼야 할, ‘결성됐어야 할’ 단체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분명 익숙해져야 할 명칭, 이륜차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과 함께했다.

 

그들이 과속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오토바이라는 대상을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죠. 오토바이를 탄다고 하면, ‘논다’고 일단 무시부터 하는 시선 속에 살아왔잖아요. 대표적인 게 ‘자장면 배달’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죠. 그러다 보니까 엄연한 운송수단에 대한 국가의 정책 자체가 전무해요. 면허, 안전, 보험, 정비, 그 모든 걸 하나도 챙기지 않고, 엉망진창의 현실 상황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자동차 종합보험은 최초로 등록할 때 연 130∼15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들지만, 무사고와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연 50만 원대 이하로 대폭 낮아진다. 그렇다면 오토바이는? 기본이 연 700만 원이고, 제대로 보장 받는 옵션을 포함하면 연 1,800만 원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가정용과 레저용으로 등록하면 연 50만 원대로 가능하지만, ‘배달용’으로 보험에 들려면 그만큼의 고액을 매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배달용 오토바이들은 ‘무보험’ 상태로 내달린다. 라이더유니온의 구교현 기획팀장은 한국 최초 배달노동자들의 이 노동조합에 합류할 때까지도, 현실이 이 정도인 줄은 자신도 정말 몰랐다며 하나씩의 문제점을 짚어갔다.

“흔히 보는 배달용이 125cc인데, 125cc까지는 자동차 1종 보통면허만 있어도 탈 수 있어요. 그 이상의 배기량은 오토바이 면허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데, 보통 ‘당일코스’라고 얘기할 만큼 시험이 간단해서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호주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안 타려고 한대요.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자동차 운전면허보다 훨씬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에 기피한다는 거죠.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데, 바퀴 네 개(사륜)보다 위험하고 몸 자체가 전부 노출돼 있으니까, 사륜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교육과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배달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게 배달의 수요다. 이제는 카페의 커피 한두 잔까지 배달로 받는 게 가능하다. 택배의 경우 ‘당일배송’은 물론 ‘새벽배송’에 ‘총알배송(?)’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편의는 무한대로 늘어나지만, 그만큼 무한대로 늘어나는 건 ‘죽음으로의 질주’가 된다.

“국가가 보증하는 정비제도가 없으니까 볼트를 제대로 끼웠는지, 브레이크를 제대로 잡았는지를 판단할 기준도 없어요. 그러니까 사고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죠. 정비업체의 책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오토바이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 과실로 처리됩니다. ‘헬멧(안전모)을 안 썼다’, ‘신호를 위반했다’, ‘과속으로 달렸다’, ‘인도로 달렸다’, ‘곡예운전을 했다’ 등의 비난도 항상 뒤따르죠.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신다면, 왜 과속으로 질주할 수밖에 없고 신호위반을 반복해야 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 한 배달노동자가 과속으로 질주하며 스마트폰 화면을 검색하고 있다. 그는 200미터 넘는 거리를 전방도 주시하지 않고 고개 숙인 채 달렸다.

과속과 신호위반을 옹호하겠다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이 그들의 질주를 만들어냈고, 과속 이상의 가속을 강요하고 있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인 나라, 조금만 늦어도 항의하는 소비자들 속에 그들의 현실과 안전은 우선 무시되고, 그들이 어떤 노동환경에 놓여 있는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것도 없다. 택시나 버스 운전사는 탑승하는 동안 바라보며 관찰이라도 할 수 있지만, 오토바이 배달노동자들은 현관에서 물건을 받고 가격을 지불하면 끝이다. 다시 볼 일도 없는 철저한 제3자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한 건씩 또 한 건씩? 동시 배달로도 부족하다

중화요리점과 같은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에 근무하는 배달노동자들이 분명 있었다. 치킨집에는 치킨집 상호를 새긴 오토바이가 있었고, 배달노동자는 그 매장의 직원으로 일하는 걸 언제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건 이미 오래 전이라 한다.

“십여 년 전부터 동네마다 배달대행업체라는 것이 따로 생겨났어요. 매장 사업주들이 배달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지니까, 어느 시점부터 그 지역을 담당하는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업무를 맡기게 된 거죠. 각각의 매장마다 계약을 맺고, 대행업체가 그 지역의 모든 배달을 전담하게 됐습니다. 같은 노동자가 같은 오토바이로 속칭 ‘철가방’을 들 때가 있고, 치킨이 담긴 봉지나 피자를 배달하기도 했던 거죠.”

그러다가 대략 5,6년 전부터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플랫폼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단다. 이미 익숙해진 명칭들이다. 배달의 민족(배민), 부릉, 요기요, 바로고 등등인데, 스마트폰 사용의 확산과 맞물려 배달전문 앱을 사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배달업계 전체가 급격히 개편됐다고 한다.

“때마침 세상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휩싸이는 상황이었고, 가장 주목받는 기술혁신으로 배달 플랫폼이 우선 지목을 받았어요.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정부에서도 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을 풀어놨으니, 배달 플랫폼은 실리콘밸리를 연상시키는 첨단미래의 스타트업 산업으로 포장까지 됐던 거죠. 기존에 각 지역마다 있던 배달대행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배달 플랫폼 소속으로 재편됐습니다. 그렇게 외적으로는 굉장한 혁신으로 비춰졌지만, 그 안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원시적인 수준으로 전락되어버린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주 원시적인 수준, 무슨 뜻일까? 바로 이 대목에서 그들이 질주하는 이유가 밝혀진다. ‘콜’이라고 부르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주문배달을 먼저 차지하려는 배달노동자들의 경쟁이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어디서 어디까지 무엇을 배달한다’는 콜이 스마트폰 화면에 떠요. 그걸 곧장 눌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가 그 일을 따내는 거죠. 그런데 그게 정말 일 초도 안 돼 사라져요. 수십 명이 같은 지역에서 같은 화면을 보고 있다가, 거의 동시에 누른다는 거예요. 배달에 걸리는 전체 시간을 계산한다면, 한 시간에 한두 건을 처리하는 걸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도로를 달리는 와중에도, 시선은 스마트폰 화면에 멈춰 있는 겁니다. 다음 콜을 무조건 붙잡아야 하니까요.”

 

   
▲ 도시의 어느 건물 앞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주정차된 모습

거리의 각 매장들이 배달 플랫폼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절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직원으로 고용하려면 매장 자체에 오토바이부터 있어야 한다. 사고의 위험도 크다. 보험과 세금뿐 아니라 인건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런데 배달대행을 쓰면 물건을 전할 때만 잠깐 만날 뿐, 그 이후에 그 사람이 사고가 나든 뭐든 전혀 관계가 없다. 매장 사업주한테 중요한 건 주문 받은 제품의 전달, 그 자체뿐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달하면서도 스마트폰을 꼭 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 코스를 계산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말해 그 지역의 지도가 펼쳐져 있는 거죠. 중간에 다른 콜이 떴을 때, 자신의 노선과 맞는다 싶으면 배달 중에도 무조건 붙잡아야 해요. ‘콜을 잡고 갖다주고, 또 콜을 새로 잡고 갖다주고’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건 불가능해요.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잡고 잡고 잡고 갖다주고 갖다주고 잡고 갖다주고 갖다주고’ 이런 조합이 끊이지 않고 돌아야만 최소한의 하루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능숙한 배달노동자들은 그 지역의 모든 신호등 체계까지 다 외워버리는 거예요. 각각의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할 시점과 각도까지 모두 꿰고 있다는 거죠.”

 

30분 내 배달, 도미노피자의 역설

굳이 특정 상호를 언급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회사의 방침을 바꿔놓았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도미노피자는 주문 뒤 30분 내 책임배달을 앞세우며, 배달의 속도경쟁에 불을 붙였던 바 있다. 그 결과 무리한 주행으로 인한 배달노동자들의 사고가 잇따랐고, 속도를 강요하는 빠른 배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대두됨에 따라 ‘30분 이내’라는 법칙을 회사 스스로 철회했다.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려는 관점이 등장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설이죠. 그때는 삼십 분도 너무 빠르다고 다들 지적했었는데, 지금은 삼십 분에 한 건만 했다가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삼십 분 동안 두세 건을 처리해야 하니까, 오히려 두 배 세 배 더 위험해졌다는 거죠. 그리고 이 속도경쟁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러니까 역설이라는 거예요. 삼십 분에 한 건씩만 배달했다는 거, 그게 차라리 인권이 보장되고 생명을 유지할 시간대였다는 반증이 되니까요.”

 

   
▲ 한 플랫폼에 소속됐던 전현직 배달노동자들이 수당과 퇴직금 등 미지급 임금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모든 노동은 고용노동자의 수준으로 시켜놓고도, 플랫폼사들은 이들이 개인사업자들이라며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노동자들은 모두 개인사업자의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사장님’들이지만, 현실은 철저한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아무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사고가 나도 개인 책임, 수익의 많고 적음도 개인의 능력일 뿐이다. 1회 배달에 평균 삼천 원을 받게 되니까, 하루에 삼천 원을 벌든 육만 원을 벌든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마저도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속과 신호위반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배달노동자들을 기술적으로 일일이 통제하는 게 가능해요. 플랫폼으로 모든 업무지시가 전달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누가 배달을 얼마나 했고 현재의 위치가 어딘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죠.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로 모든 정보가 플랫폼에 저장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을 적게 하는 배달노동자들한테는 페널티(벌칙, 불이익)를 줍니다. 아주 간단하게 해고를 시키는 거죠. 접속을 차단하는 거예요. 접속차단만으로도 일을 못하게 만들 수 있잖아요. 더 잔인한 건 페널티를 받은 특정인들한테는 콜이 늦게 뜨게 조절합니다. 일 초의 싸움인데, 일 초만 늦게 뜨도록 조정해 놓으면 하루 종일 한 건도 붙잡지 못하는 상황을 손쉽게 만든다는 거예요.”

그의 말대로 정말 잔인한 일이다. 조지 오웰의 작품 <1984>에 묘사된 빅브라더(Big brother,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또는 그런 사회체계)가 그대로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가끔씩 주차장 구석 바닥이나 편의점 외부 의자에 앉아 지친 몸을 쉬고 있는 배달노동자들을 마주치곤 하는데, 플랫폼은 그 시간에 그들이 잠시 멈춰 있다는 점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빨리 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아오는 건 생존권 박탈이라는 거, 이건 사람 사는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모든 게 비용절감에서 시작됐어요. 얼마 전까지는 지역을 잘 아는 배달대행 노동자였는데, 이젠 거대한 플랫폼의 감시에서 벗어날 길 없는 노예가 돼버린 셈이죠. 정부도 관심이 없어요. 고용노동부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고, 오토바이를 관할하는 국토교통부에서는 오토바이 문제가 아예 보이지도 않죠. 논의에 끼어들 틈도 없어요. 국토교통부가 하는 일은 모두 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업들뿐이잖아요. 도로, 항만, 주택, 거기에 자동차,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들이 즐비하니 오토바이가 보일 리 없는 거죠. 도로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청년 산재사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데도, 언제까지 외면 받아야 하는지 정부한테 묻고 싶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평범한 친목단체일 수 없습니다. 살고 싶다는 절규로 뭉쳐 있는 우리의 의견과 요구에 이젠 귀를 기울여주기를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를 가도 만족스러운 도로환경은 찾기 어렵다. 그 좁은 길 위에서 경쟁을 한다. 택시도, 버스도, 오토바이도, 일반 운전자들도 서로 빨리 가려고 끊임없이 경쟁하는 것이다. 당연히 충돌은 일어난다. 오토바이 주행 중 사고는 필연적으로 극심한 부상을 동반한다. 장애인권운동계에서 움직이는 활동가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를 얻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함께걸음>이 라이더유니온의 활동에 주목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막을 수 있는 사고는 미리 예방해야 한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면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 사고는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 산재/사고상담 010-8260-0551]

채지민 대담전문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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