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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도 돈을 내야 하는가

기사승인 [372호] 2020.02.04  13: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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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

   
▲ 지난 1월 3일, 나라키움저동빌딩 앞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폭탄 과금 인상을 규탄하고 본인부담금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증장애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활동지원서비스’다. 그런데 국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용자가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전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서비스의 제도적 문제점이 자주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함께걸음>은 2020년 상반기에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라는 주제를 정하고, 이 안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연재를 시작한다. 첫 번째 주제는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의 과도한 인상’으로,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외협력담당 실장의 인터뷰와 함께했다.

 

정말 ‘부담’되는 본인부담금

“그동안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많은 장애인 이용자들이 본인부담금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 이용자는 매월 말이 되면 부모님께 본인부담금을 위한 돈을 이체해 달라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소득에 따라 산정되는 본인부담금이 본인 소득이 아닌, 가족 누군가의 소득으로 책정된다는 사실이 잘못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소득이 없는 장애인은 대부분의 생활비와 장애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가족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부담금까지 가족에게 의지하다 보니 활동지원서비스를 괜히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사업 담당 코디네이터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2007년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법)」이 제정되어 본격적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장애인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부담금’을 내야만 한다(기초생활수급권자 제외). 법에서는 본인부담금을 활동지원 급여액의 최대 15%로 규정하면서, 상한액을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액(A값)의 5%로 정하고 있다.

이 본인부담금에서 문제가 된다는 건, 15% 상한은 활동지원 기본급여에만 해당할 뿐, 추가급여는 상한액 없이 계속 늘어날 수 있게 되어 상한액이 실질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부담금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독립된 세대가 아닌 가구 단위(부모, 형제, 자매)가 함께 살면 가구 소득으로 산정되어, 정작 장애인 당사자의 소득이 0원이라도 함께 사는 가구 구성원의 소득이 있을 경우 그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산정된다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시행되던 초창기부터 본인부담금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 활동지원서비스 제도로 전환하면서 급여량 증가는 미비한데 본인부담금은 크게 인상됐다. 2009년 최대 월 4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최대 월 8만원, 2011년 최대 월 12만원, 2019년 월 29만400원이 넘고 있다. 급기야 올해는 ‘무려’ 30만원이 넘는 본인부담금을 내는 장애인 이용자도 있다.

   
▲ 활동지원 기본급여 본인부담금 인상률

김준우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처음 본인부담금을 정할 때, 보건복지부는 이것이 ‘생산적 복지’라고 했습니다. 소비하는 복지가 아니라 무언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본인부담금이 시작된 겁니다. 우리가 요구했던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는 ‘권리’로서 보장해 달라는 요구였는데, 그 권리는 ‘돈을 내는’ 사람에게만 보장해주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기본권이자 생존권으로서 꼭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내게 하는 것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심각한 인권적 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각종 통계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월 평균 발생하는 비용(의료비, 보조기기 사용료 등)이 장애로 인해 추가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줄여야 하는 생활비가 본인부담금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그 금액은 게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활동지원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법의 ‘목적’ 조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급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 2015. 12. 29.>

 

규정의 중간 부분에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서’라는 내용이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소득이 없는 장애인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본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이 본인부담금을 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는 장애인이 받는데 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부담금은 가족이 낸다면, 경제적인 부분에서만큼은 결코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라고 할 수 없다.

 

서비스종합판정표의 문제점

2019년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서비스종합판정표를 도입하여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산정 방식을 기존 ‘기본급여+추가급여’에서 단일급여 종합점수 체계로 변경하였으며, 본인부담금 부과기준도 단일화했다. 이에 지난 12월 23일 보건복지부는 고시개정 및 본인부담금 변경 등에 대한 안내를 통해 12월 26, 30일 두 차례 이용자 개인별 문자로 본인부담금 안내공지를 하였으나, 총액으로만 공지될 뿐 구체적으로 이용자 본인 가구 중위소득, 평균소득이 몇 구간이고 기본급여+추가급여로 인한 본인부담금이 얼마인지는 안내하고 있지 않다. 본인부담금은 계속 인상되고 있는데, 왜 금액이 오르는지 이유를 정확히 밝혀주지 않는 것이다.

   
▲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박현 “저는 장애인 종합조사판정표가 변경되면서 작년 10월경 한달에 이용할 수 있는 활동지원시간이 30시간 정도 늘었고, 그에 따라 본인부담금도 증가했어요. 그리고 올해 1월 본인부담금이 또 올랐죠. 그러니까 저의 경우 최근 3개월 사이에 본인부담금이 두 번이나 증가한 겁니다. 또 제 지인의 작년 본인부담금이 14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32만원을 내야한다고 문자가 왔어요. 이분은 14만원(작년)과 32만원(올해)의 본인부담금을 내면서 개인 소득의 차이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도하게 본인부담금이 인상된 거죠. 개인 소득과 함께 가구 소득도 보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기 위해 장애인 이용자가 종합편성표에서 몇 등급(총 15등급)에 해당되는지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인상률이 달라지게 됩니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는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급여기준이 총 4등급이었다. 하지만 같은 등급이라고 해도, 그 등급 안에서 다시 가형, 나형, 다형 등으로 등급이 나뉘게 되어 그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금액이 다르다. 그런데 최근 변경된 서비스종합판정표는 무려 15등급으로 나누고 있고, 같은 등급에서 세부적으로 또 등급을 나누고 있다.

박현 “아마 많은 이용자들이 본인이 몇 등급(1~15등급)인지는 알아도 무슨 형(가~바형)인지는 모르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복잡하게 되어 있는데, 이 금액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이용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요. 왜 내가 어떠한 사유로 정당하게 10만원, 20만원, 30만원대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겁니다. 거의 일방적 통보로 ‘올해 본인부담금이 얼마니까 내라’는 식이죠.”

   
▲ 보건복지부 본인부담금 문자 안내 내역

그래도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는 본인부담금이 얼마인지는 물론 몇 등급, 무슨 형인지에 대한 내역이 ‘서류’로 통지됐었다. 하지만 현 서비스종합판정표 체제에서는 서류가 아닌 ‘문자’로 통지하기에, 그 정확한 내역과 책정기준을 알 수 없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도 본인부담금 안내를 문자로 공지했다가 다시 단일화 조치 잠정보류로 인해 문자로 재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이로 인해 처음 공지된 금액과 나중에 공지된 금액의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여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개선책은 없는가

김준우 “보건복지부는 본인부담금 폐지에 대해 상당히 완고한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그만큼 돈을 많이 내게 해서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는 겁니다. 결국 본인부담금은 서비스 이용을 못하게 하려는 장치인 거죠. 이건 이용자에게 정말 ‘부담’을 주기 위한 본인‘부담’금이 아닌가요?”

현행 체제에서는 장애인 이용자의 본인부담금 책정기준이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본인부담금이 장애인의 상당한 인권 침해라는 점에서 지난 2019년 3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을 냈으나, 아직까지도 정책 권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국제협력담당 실장

박현 “본인부담금을 폐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본인부담금액을 내려서 최소한 현실적인 액수로 하는 것만큼은 보건복지부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네요.”

근로지원인 제도의 경우, 장애인 근로자나 그 가족의 소득은 보지 않는다. 장애인 근로자가 매월 근무한 시간에 대해서만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장애인 이용자도 본인이 활동지원사로부터 활동지원을 받는 시간에 대해서만 본인부담금을 책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김준우 “비장애인이나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당신들은 근무시간만큼, 움직이는 시간만큼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습니까? 근무하고 움직일 때마다 본인부담금을 내보면, 본인부담금이 얼마나 과도하게 권리를 침해하는지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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